Travel/Shanghai(上海)

옛 정원에서 명품 브랜드의 쇼윈도로 상하이 张园(장원)

블루윈드™ 2026. 10. 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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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오래된 건축과 새로운 소비 공간이 한 골목 안에서 만나는 곳을 꼽으라면 张园(장원)을 빼놓기 어렵다. 이름만 들으면 중국식 정원부터 떠올릴 수 있는데, 지금 이곳은 석고문(石库门) 건물과 골목 사이에 명품 브랜드 매장, 카페, 전시와 팝업 공간이 들어선 거리다. 상하이의 예전과 지금을 한 번에 보는 셈이다.

상하이 정안구, 난징시루 바로 옆

张园은 상하이 정안구(静安区) 난징시루(南京西路) 상권 안쪽에 있다. 주소는 마오밍베이루(茂名北路) 258호. 지하철 난징시루역에서 걸어갈 수 있고, 2·12·13호선이 만나는 중심 상권과 이어져 있어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난징시루의 큰길과 쇼핑몰을 둘러보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이 이어진다.

이 주변은 동쪽으로 스먼이루(石门一路), 남쪽으로 웨이하이루(威海路), 서쪽으로 마오밍베이루, 북쪽으로 우장루(吴江路)에 둘러싸인 난징시루 역사문화풍모구의 일부다. 아래 지도에서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가면 골목 입구를 찾기 편하다.

‘张园’은 정원 이름이자 주인의 이름

張园의 시작은 19세기 후반이다. 처음에는 영국 상인 그룸(Groome)이 농지를 빌려 정원과 주택을 조성했고, 1882년 무석 출신 상인 장수허(张叔和)가 이 땅을 사들여 ‘장씨미순원(张氏味莼园)’이라 이름 붙였다. 이 이름을 줄여 부른 것이 지금의 张园이다. 1885년 일반에 문을 열면서 상하이에서 손꼽히는 공공 정원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의 张园은 꽃과 나무만 보는 곳이 아니었다. 차와 음식을 즐기고, 공연과 모임을 보고, 사진을 찍고, 새로운 오락을 접하는 도시의 문화 공간이었다. 상하이에서 초기 전등·야외 사진관·자전거 같은 근대 문물을 접한 장소로도 전해진다. 청말과 민국 초에는 사회·정치 집회와 연설이 열려 ‘해상제일명원(海上第一名园)’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정원으로서의 전성기가 지나자 이 일대는 골목 주택지로 변했다. 20세기에는 석고문 리롱(里弄) 주거지가 형성되고 여러 세대가 좁은 집과 공용 공간을 나누어 쓰며 살았다. 정원의 흔적 위에 상하이 사람들의 일상이 겹겹이 쌓인 셈이다. 2018년부터 보존을 우선한 정비가 시작됐고, 2022년 서구가 먼저 다시 문을 열었다. 옛 건물을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대신 벽과 골목의 형태를 살려 새로운 쓰임을 넣은 도시 재생 사례다.

(이하 사진의 촬영일시는 2025년11월이다)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이 남아 있는 석고문 건물. 주변의 현대식 고층 건물과 나란히 서 있다.

지금은 명품 매장과 팝업이 들어서는 거리

张园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오래된 건물을 보존한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건물 자체가 브랜드의 공간이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쇼핑몰처럼 같은 크기의 매장을 줄지어 넣는 대신, 석고문 주택과 골목의 크기·외관을 살려 각 브랜드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도록 했다. 그래서 매장을 보러 걷다가도 건물과 골목을 같이 보게 된다.

현재 서구에는 루이비통, 디올, 바쉐론 콘스탄틴을 비롯한 국제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있다. 상하이시 공식 안내는 이곳을 패션·문화·일상이 섞이는 도심 공공 공간으로 소개하고, 서구에 30여 개 대표 플래그십이 운영된다고 전한다. 루이비통의 여행·홈 콘셉트 공간, 시슬리와 아모아쥬의 지역 첫 매장 사례처럼 단순한 상품 진열보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공간 구성도 눈에 띈다.

팝업과 전시도 이 거리의 중요한 풍경이다. 2025년에는 불가리의 ‘Serpenti Infinito’ 전시와 브루넬로 쿠치넬리 행사가 열렸고, 2026년 봄에는 셀린느가 해변 휴가에서 영감을 받은 기간 한정 매장을 운영했다. 2026년 6월에는 동구 일부가 새로 열리면서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장난감 브랜드의 테마 팝업, Palm Angels의 한정 콘셉트 매장, APEE 전시, 아라비카와 THE MATCHA TOKYO의 장원 한정 음료 등이 선보였다. 이런 행사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방문 전에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상설·플래그십 매장 사례

Louis Vuitton · Dior · Vacheron Constantin 등. 석고문 주택의 구조와 외관을 살린 브랜드 공간으로 운영된다.
기간 한정 전시·팝업 사례

BVLGARI Serpenti Infinito · Celine 여름 팝업 · Palm Angels 콘셉트 매장 등. 운영 기간과 입장 방식은 행사마다 다르다.

옛 벽돌 건물 옆으로 보이는 에비던스 드 보떼(EviDenS de Beauté) 매장. 외관부터 주변 건물과 다른 인상을 준다.
구찌 매장 외벽을 크게 감싼 계절 연출. 골목 자체가 브랜드의 쇼윈도처럼 사용된다.
거리 한가운데 마련된 커다란 선물 상자 설치물. 팝업 공간은 건물 안뿐 아니라 골목 풍경도 바꿔놓는다.


张园 골목을 걸으며 본 것들

내가 갔던 날에는 입구부터 골목 안까지 천천히 걸어봤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오래된 건물을 보러 온 사람과 매장·카페를 찾는 사람이 한 공간을 함께 쓴다. 화려한 장식만 보고 지나가기보다, 한 블록 안에서 건물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편이 재미있었다.

마오밍베이루 쪽에서 본 입구.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도시의 고층 빌딩이 보인다.
입구를 지나면 벽돌 건물과 가로수가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거리에서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문. 입구를 지나면서 상업 거리의 분위기가 바뀐다.
현장에서 찍은 张园 안내도. W동 번호와 마오밍베이루, 웨이하이루 등 주변 길이 표시되어 있다.
건물 사이로 넓게 열린 광장. 오래된 외벽과 새로 정돈한 보행 공간이 이어진다.
좁은 골목에 자리한 작은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예상보다 조용한 공간이 나온다.
담쟁이와 벽돌 건물이 만든 골목 풍경. 바로 옆 번화한 상권과는 다른 속도다.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는 좁은 골목. 이곳이 단지 전시용 거리로만 보이지 않는 순간이다.
바닥에 놓인 검은 고양이 조형물. 작은 장식도 골목을 걷다 마주치는 재미다.
건물 안쪽의 작은 안뜰과 분수. 사진보다 직접 보면 주변 건물과 함께 볼 때 더 인상적이다.
카페 블루보틀의 매장이다.
보수 구역 바깥에 설치된 가림막. 도시 재생 공사는 한 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다.
‘张园’ 이름을 새긴 표지. 이곳을 찾았다는 걸 남기기 좋은 작은 포인트다.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난 골목. 길 끝에 매장 간판이 보여도 건물의 오래된 결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리노(Mulino) 창가의 크리스마스 장식. 고급 브랜드 매장만 있는 것은 아니고 카페와 식음 공간도 함께 자리한다.

张园은 역사적인 장소를 보러 갔다가 쇼핑을 하게 되는 곳이라기보다, 오래된 상하이의 골목을 걷는 동안 지금의 브랜드와 전시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곳에 가깝다. 예전에는 정원과 모임의 장소였고, 한동안은 사람들이 살던 리롱 주택지였으며, 지금은 다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로 바뀌었다. 겉모습을 보존하면서 쓰임을 계속 바꿔온 점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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