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hanghai(上海)

골목의 시간이 다시 흐르는 곳, 상하이 鸿寿坊(홍수방)

블루윈드™ 2026. 11. 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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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는 오래된 골목을 그대로 보존한 곳도 있고, 낡은 공간을 새로운 쓰임으로 바꾼 곳도 있다. 鸿寿坊(홍수방)은 그 중간쯤에 있는 장소다. 1930년대 석고문(石库门) 골목의 흔적을 남겨두면서, 지금은 식당과 카페, 생활형 매장이 모인 동네의 열린 거리가 되었다.

普陀区, 长寿路와 西康路 사이


鸿寿坊은 상하이 푸퉈구(普陀区) 창서우루(长寿路) 남쪽, 시캉루(西康路) 서쪽에 자리한다. 주소는 西康路 1143号. 지하철 7호선과 13호선이 만나는 长寿路역에서 걸어갈 수 있어, 상하이 도심에서 찾아가기에도 부담이 적다. 난징시루처럼 대형 쇼핑몰이 이어지는 번화가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큰길에서 한 발 들어오면 붉은 벽돌과 골목길, 작은 점포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1933년에 시작된 ‘大自鸣钟’의 동네


鸿寿坊은 1933년 상인 판서우런(潘守仁)이 지은 2층 벽돌·목조 석고문 주거지에서 출발했다. 주변은 옛 상하이 사람들이 ‘大自鸣钟(대자명종)’이라고 부르던 곳이다. 1926년에 세워진 높이 14m의 시계탑이 15분마다 종을 울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당시에는 서쪽 상하이의 상업 중심지 중 하나였다. 거리 쪽에는 생활에 필요한 가게들이, 골목 안쪽에는 소규모 작업장과 점포가 들어선 주거·상업 혼합 지역이었다고 한다.

시계탑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그 이름에 담긴 동네의 기억은 남았다. 鸿寿坊은 2016년 구도심 재정비를 시작해 2023년 9월 새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붉은 기와와 벽돌, 골목이 뻗어나가는 물고기뼈 모양의 배치를 살리고, 현대식 상업 공간과 공중 연결 통로를 더했다. 전부

골목 사이로 올려다본 입구의 설치 작품

새것으로 덮기보다 옛 골목의 모양을 읽을 수 있게 한 점이 이곳의 인상이다.

오래된 골목에 들어온 오늘의 가게들


지금의 鸿寿坊은 기념관처럼 조용히 둘러보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실제로 들르는 생활 공간에 가깝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70여 개 브랜드가 모여 있고, 상하이 또는 지역 첫 매장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중심에는 여러 지역의 음식과 간단한 장보기, 식사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鸿寿坊食集(Foodie Social)이 있다. 골목 바깥쪽으로는 카페와 식당, 저녁 술집, 생활·취미 매장이 섞여 있다.

현장 사진에도 그 구성이 잘 드러난다. 오래된 골목처럼 보이는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식당 테라스와 카페 좌석이 이어지고, 건물 안쪽에는 푸드마켓이 자리한다. 한편에는 운동 시설인 SUPERMONKEY(슈퍼몽키) 매장도 보인다. ‘전통 거리’라는 이름만 붙여 둔 곳이 아니라, 식사하고 장을 보고 운동하는 일상이 한 블록 안에 함께 있는 셈이다.

실내에 들어선 매장.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매대와 공용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정처럼 열린 실내 매장의 모습. 전통 골목의 바깥 풍경과는 또 다른 활기가 있다.

사진으로 천천히 걷는 鸿寿坊


처음 눈에 띄는 건 골목 위를 가로지르는 장식과 벽돌 건물이다. 높은 오피스 빌딩이 주변에 서 있어도,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시선이 자연스레 낮아진다. 작은 가게 간판과 나무, 야외 좌석을 따라 천천히 걷게 된다.

벽돌 골목 위를 가로지르는 장식. 짧은 골목인데도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게 된다.
건물 사이로 열린 작은 광장. 식사하러 나온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있다.
새로 지은 건물과 낮은 상가가 맞닿은 풍경. 오래된 골목의 스케일을 크게 바꾸지 않으려 한 모습이 보인다.
시캉루 쪽에서 만나는 鸿寿坊의 이름. 큰길에서 이 간판을 보고 안으로 들어오면 골목 공간이 이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커피 한잔. 구경만 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동네라는 점이 좋다.
상가에 들어선 피트니스 매장. 식당과 카페만 있는 공간은 아니다.
저녁 무렵의 거리에는 식사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모인다.

상하이의 ‘동네다운’ 새 공간


鸿寿坊을 둘러보고 나면 오래된 동네를 새로 꾸민다는 말이 조금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붉은 벽돌과 골목의 결은 남겨 두고, 그 안에 시장과 식당, 카페, 운동 시설 같은 현재의 생활을 넣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과 장을 보러 온 주민이 같은 길을 걷는다. 이곳이 특별히 웅장한 명소라기보다, 잠깐 들러 밥을 먹고 골목을 한 바퀴 걷기 좋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상하이의 화려한 쇼핑 거리와 오래된 수향마을 사이에서 조금 다른 공간을 찾고 있다면, 长寿路역 근처를 걷다가 鸿寿坊에 들러보자. 골목의 과거를 전시품처럼 떼어 놓지 않고 오늘의 일상 속에 이어 놓은 모습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찾아가기
주소: 上海市普陀区西康路1143号
지하철: 7·13호선 长寿路역 인근
상점 운영 시간과 행사·팝업 내용은 매장별로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당일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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