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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물감 공장이 골목이 된 곳, 상하이 M+马利(M+마리)

블루윈드™ 2026. 11. 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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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서쪽, 静安区와 普陀区가 만나는 서캉루(西康路)에는 백 년 브랜드의 물감을 만들던 공장이 하나 있다. 지금은 담장 대신 아이비가 늘어진 골목이 되었고, 골목 양옆으로 카페와 식당, 작은 사무실이 들어앉았다. M+马利(M+마리)는 그렇게 조용히 이름을 바꾼 곳이다.

지난번 다녀온 鸿寿坊(홍수방)에서 서캉루를 따라 남쪽으로 500m쯤 내려오면 이곳이 나온다. 같은 길 위에 있지만 성격은 사뭇 다르다. 홍수방이 1930년대 주거 골목의 흔적을 남긴 곳이라면, M+马利는 공장 건물 두 동 사이에 난 좁은 길을 그대로 살린 곳이다.

静安区 서캉루 850호, 海防路 바로 위


주소는 上海市静安区西康路850号. 창서우루(长寿路)와 창핑루(昌平路) 사이, 하이팡루(海防路)에서 한 블록 북쪽에 자리한다. 바로 아래 블록에는 옛 공장 지대를 고쳐 만든 同乐坊(퉁러팡)이 있고, 조금 더 남쪽 창핑루 사거리에는 작은 공원 溪梦园이 있다.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서캉루 쪽에 난 작은 문이다. 큰길에서 보면 어두운 간판 하나뿐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다. 문을 지나 복도를 따라 조금 들어가면 두 건물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그때부터 길이 조금씩 넓어진다.

지하철은 7호선 昌平路역과 7·13호선 长寿路역이 모두 도보 6분 거리다. 난징시루나 징안스(静安寺) 상권에서도 2km 안쪽이라, 도심 일정에 끼워 넣기 어렵지 않은 위치다.

M+马利(西康路 850号) 주변. 아래쪽 회색 핀은 지난번에 다녀온 鸿寿坊

1919년 5월, 열 사람이 만든 물감


이름 앞에 붙은 马利(마리)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안료 브랜드다. 1919년 5월, 화가 张聿光(장율광)을 비롯한 화가·교육자·기업가 열 명이 상하이에 马利工艺厂(마리공예창)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이름에는 뜻을 담았다. 열 사람이 모였으니 열 획인 '馬'를 골라 '마도성공(马到成功)', 말이 달려가듯 성공하기를 바랐고, '利'에는 나라와 백성에게 이롭기를(利国利民) 바라는 마음을 얹었다.

공장은 창업 초기 중국 최초의 광고색 물감을 만들었고, 1920년에는 중국 최초의 수채화 물감을 내놓았다. 그 뒤로도 유화 물감, 크레파스, 소프트튜브형 중국화 물감, 아크릴 물감을 잇달아 중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두 개의 말머리가 마주 보는 双马头 로고는 화가 戈湘岚(과상람)이 그린 것으로, 한 세대의 미술 시간을 그 로고와 함께 보낸 사람이 적지 않다.

브랜드는 미술가들과도 가까웠다. 刘海粟(유해속), 徐悲鸿(서비홍), 于右任(우우임), 林风眠(임풍면) 같은 이들이 공장에 휘호를 남겼다. 중국화 물감 '화청색(花青色)'은 1983년 谢稚柳(사치류)의 조언으로 색을 잡았고, 2004년에는 韩美林(한미림)의 요청으로 번짐이 되는 묵채 안료를 3년 넘게 연구해 내놓기도 했다. 전쟁 중 피란길에도 마리 물감만은 챙겼다는 화가 朱德群(주덕군)의 이야기도 이 브랜드에 붙어 다닌다.

1956년, 서캉루 850호로


1956년 공사합영을 거치면서 马利工艺厂은 金城工艺社(진청공예사)와 합쳐져 上海美术颜料厂(상하이미술안료공장)이 되었고, 이때 서캉루 850호로 자리를 옮겼다. 브랜드 이름만은 그대로 남았다. 이곳에서 몇십 년 동안 미술용 물감이 만들어졌고, 공장이 이곳을 떠난 뒤에도 붉은 벽돌 건물과 좁은 통로는 그대로 있었다.

건물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2021년이다. 상하이의 幸福里(싱푸리) 팀이 이 일대를 맡아 7000㎡ 남짓한 공장 구역을 고쳤다. 좁고 긴 중앙 통로와 그 양옆의 3층 건물 두 동은 그대로 두고, 안쪽에 카페와 식당, 편집숍, 사무실을 채워 넣었다. 이름은 브랜드의 '马利'에 'M+'를 붙여 M+马利가 되었다.

개장 무렵에는 马利와 幸福集荟가 함께 만든 mamǎfufú(马马福福)라는 공간도 있었다. 2층 한 층(약 1000㎡)을 통째로 쓴 편집숍으로, 화구와 미술책, 전시, 공방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름은 '马马虎虎(대충대충)'와 '福'을 비튼 말장난이다.

지금은 무엇으로 쓰이나


지금 M+马利는 기념관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드나드는 작은 상업 구역이다. 입구에 선 안내판을 보면 A·B·C·D 네 동으로 나뉘어 있고, 30곳 가까운 매장과 사무실이 이름을 올려 두었다.

1층은 먹고 마시는 곳이 대부분이다. 커피와 베이글을 파는 银流咖啡(Silverflow), 숯불구이와 해산물을 내는 阿南小屋, 일본식 꼬치구이 汤岛YAKITORI, 네팔 음식점 NEWA, 와플집, 바가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다. 골목 안쪽에는 미용실과 네일숍, 요가 스튜디오, 음악 작업실도 있다.

2·3층은 사무실이다. 'boutique office 精品办公'이라고 적힌 배너가 걸려 있듯 디자인 스튜디오와 작은 회사들이 들어와 있고, 아직 임대를 기다리는 자리도 남아 있다. 안내판 옆에 붙은 '招商(임대 문의)' 포스터가 그걸 알려준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은 관광지와 동네가 반쯤 섞인 모양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 산책 나온 주민이 같은 골목을 걷는다. 주말 낮보다 평일 점심과 해질 무렵이 더 자연스러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진으로 걷는 M+马利


서캉루 쪽 입구. 어두운 간판에 'M+ 马利'가 작게 붙어 있다.

큰길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면 복도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낮에도 어둑한 편이라, 들어서는 순간 잠깐 눈이 어두워질 정도다. 바닥은 회색 보도블록, 천장에는 형광등이 길게 걸려 있다.

복도 안쪽. 높은 테이블과 의자가 늘어서고 끝에는 또 다른 골목이 이어진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왼쪽으로 바처럼 생긴 높은 테이블이 이어지고, 오른쪽에는 색이 강한 문들이 하나씩 나온다. 저녁 무렵이라 대부분 비어 있었지만, 가게마다 불이 켜져 있어 닫힌 느낌은 아니었다.

두 건물 사이의 골목. 벽을 덮은 아이비와 흰 아치, 위로 걸린 하늘색 통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도를 지나면 갑자기 하늘이 열린다. 양쪽 3층 건물의 벽면은 아이비로 거의 다 덮여 있고, 1층은 흰 아치를 이어 붙인 회랑처럼 되어 있다. 오른쪽 위 배너에 적힌 'No.850 Xikang Road'가 이곳의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낮의 골목. 'Boutique office(사무실)'와 'Leisure Time(여가)' 배너가 양쪽에 나란히 걸려 있다.

낮에 보면 골목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한쪽은 사무실, 다른 쪽은 먹고 마시는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바닥에는 점심 세트 메뉴판이 서 있다. 48元, 58元짜리 세트가 눈에 띄는데, 이 동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점심을 해결하는 가격대다.

골목 끝 계단. 벽에 걸터앉은 빨간 소녀 조각과 'Hello 2025' 글씨가 보인다.

골목 끝에는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흰 난간과 회색 디딤돌은 새것인데, 옆 벽에 붙은 빨간 옷의 소녀 조각이 분위기를 확실히 바꿔 놓는다. 계단 옆에는 'SU Dreams'라는 미용실 간판도 걸려 있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골목. 폭이 좁아 끝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조금 오르면 골목이 통째로 내려다보인다. 길이가 길지 않아서, 서 있는 자리에서 입구와 반대편 끝이 함께 보인다. 건물 사이로 멀리 아파트가 올라와 있는 것도 이 골목의 위치를 말해준다.

골목 가운데의 'tireless girl'. 왼쪽은 银流咖啡, 오른쪽은 阿南小屋.

골목 한가운데에는 빨간 잠옷 차림의 소녀 조각이 엎드린 자세로 서 있다. 받침대에는 'tireless girl'이라고 적혀 있고, 옆에는 앉을 수 있는 긴 벤치가 놓여 있다. 이 골목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자리다.

입구 안내판. A·B·C·D동의 매장 목록과 임대 문의 포스터가 함께 붙어 있다.

입구로 돌아 나오면 서 있는 안내판이 하나 있다. 동별로 매장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고, 아래쪽에는 '招商(임대 문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오래된 공장 건물이 지금은 임대료를 받는 상업 구역이라는 사실이 이 판 하나에 다 적혀 있는 셈이다.

해가 진 뒤. 조명이 켜지면 골목의 인상이 조금 달라진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골목은 낮과 다른 얼굴이 된다. 아이비는 어두워지고, 대신 가게 안쪽 불빛과 배너가 벽에 비친다. 낮에 지나쳤던 조각과 간판이 이때 더 또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2층으로 이어지는 벽. 노란 벌집 모양 조명 뒤로 'ma mǎ fu fú' 간판이 보인다.

 

해질녘의 같은 자리. 계단 위쪽 벽에 'ma mǎ fu fú' 간판이 불을 밝히고 있다.

이 계단을 오르면 2층으로 이어진다. 골목이 짧은 대신,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이 일대가 옛 주거지와 새 아파트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골목과 공장 사이


M+马利를 걷고 나면 '오래된 공장을 고쳐 쓴다'는 말이 조금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건물을 새로 짓지는 않았다. 낡은 벽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아이비를 올렸고, 통로 폭도 그대로다. 대신 조명과 바닥, 간판을 새로 해서 지금의 속도에 맞췄다.

그래서 이곳은 한 시간이면 다 보는 곳이다. 대신 골목이 짧은 만큼 사진이 잘 나오고, 앉아서 커피 한잔하기도 좋다. 鸿寿坊과 묶어 반나절 코스로 걷기 딱 맞는 거리이기도 하다. 상하이의 큰 쇼핑몰과 오래된 수향마을 사이에서, 조용히 걷고 싶은 날 들르기 좋은 곳이다.

찾아가기 주소: 上海市静安区西康路850号
지하철 7호선 昌平路역 도보 약 6분 / 7·13호선 长寿路역 도보 약 6분
참고 입장료 없음. 매장마다 영업시간이 달라 방문 당일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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